[책] 성장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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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성장의 한계

성장의 한계의 지난 50, 앞으로의 50

 

 

곽선식 (새로운 생각 연구소 연구팀장)

 

2023년 지금 기후 위기를 비롯한 각종 생태 위기가 다가왔고, 이는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큰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불편한 질문이 있다. ‘경제 성장과 생태 위기의 모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게 가능한가?’이다. 새로운 생각은 50년 전, 2022년을 예견한 보고서를 주목하고자 한다. 바로 세계 과학자 경제학자 경영자 등으로 구성된 로마 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이다. 이 책은 1972년 출간 이후 3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현재까지 30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반세기가 지나서 다시 보니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로마 클럽은 19703월 설립한 민간단체로 세계 25개국의 과학자, 경제학자, 교육자, 경영자가 참여했다. 현재 로마 클럽은 35개국의 국가협회와 100여 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주로 미래 예측에 관한 연구를 한다. 로마 클럽은 인류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라는 계획으로 미국 MIT에 연구를 의뢰하였고, ‘The Limits of Growth’(성장의 한계)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성장의 한계'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 급증, 급속한 공업화, 식량부족,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 다섯 가지 문제로 인해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의 경제 성장은 100년 이내에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는 계속 증가하지만, 식량은 인구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 공업 생산은 쉬지 않고 발생하는데 지구의 한정적인 자원은 결국 고갈되고 그 영향을 받아 환경오염이 가속화 된다는 설명이다. 둘째, 이러한 성장의 추세를 바꾼다면, 먼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생태적이고 경제적인 안정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개인의 물질적 욕구와 잠재력을 실현하고 동등한 기회를 누릴수 있는, 전 지구적 평형상태를 설계할 수 있다. 셋째, 인류가 전 지구적 평형상태를 갈망한다면, 한시라도 빠른 시간 내에 개선정책을 시작해야 하고 그렇게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보고서는 출간 후 논쟁거리를 던졌고 50년이 지난 지금 구체적 전망은 예상에서 빗나갔다. 2000년 무렵이면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식량 부족이 발생할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농업기술 발전으로 식량 부족은 나타나지 않았다. 50년이 지난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 약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 인식의 변화, 세계의 경제 균형, 국제적 행동과 공동의 장기계획이다. 이 부분들이 기후변화 협약 등 국제 사회의 환경 문제 해결에 이바지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 이 책을 평가하는 연구가 있었다. 호주 정부의 과학 연구 기관인 ‘CRIRO’에서 지난 30년간의 데이터를 모아 성장의 한계의 시나리오와 비교 분석했다. 이 연구를 맡았던 Graham Turner 박사는 1970년 이후 지구적 산업 문명이 걸어온 궤적을 보면 성장의 한계의 최악의 시나리오 궤적과 일치한다는 무서운 결론을 내렸다. 아래 그림에서 점선은 성장의 한계의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굵은 실선을 70년대 이후 실제로 지구적 산업 문명이 어떤 모습을 보였느냐를 실측 데이터이다.

 

2016, 영국 의회에서도 조사위원회를 꾸려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프로젝트를 맡았던 경제학자 Tim Jackson‘LIMITS REVISITED’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인류가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는 불안한 증거가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2021, 기후변화에 관한 중대한 뉴스가 있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고, 며칠 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6차 보고서를 일부 공개했다. 한 방송사의 기후변화 다큐멘터리 <6도의 멸종>이란 책을 바탕으로 이대로 가다간 인류는 멸망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기온이 6도 오르면 사실상 멸망에 이른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가량 올랐고, 인류가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2100년까지 약 3도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의 완화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가 하루라도 빨리 단행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태양광. 풍력 발전의 비중을 대대적으로 높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전기요금 역시 3배가량 상승해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물론 태양광,풍력 발전 단가는 기술발전으로 앞으로 더 저렴해지겠지만, 한국에서는 이 새로운 에너지를 전국 곳곳에 공급할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 태양광.풍력 대세는 확실하지만, 인프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얼마만큼의 비용을 어떻게 감수할 것인지를 논의하면서 에너지 믹스와 더불어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

 

2004성장의 한계저자들은 30주년 개정판을 발간하면서 결과적으로 1972년보다 세계의 미래가 더 암울해졌다. 지구 생태계에 도전하려고 헛된 논쟁을 하느라 30년을 낭비했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또 다른 30년이 없다라고 경고했다.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폭우 등 유례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세계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전 세계 49백만명이 기근 위기에 직면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성장의 한계가 주는 메시지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인류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아있을까. 어쩌면 그때 가서는 남은 시간이 없는 건 아닐까.